선고일자: 2000.10.27

형사판례

냉면에 탄 겉보리 가루를 넣으면 불법일까? 식품 안전 기준과 처벌에 대한 이야기

냉면 좋아하시나요? 냉면 육수에 깊은 색을 내기 위해 탄 겉보리 가루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식품 안전 기준과 관련된 법률, 그리고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건의 발단: 탄 겉보리 가루 사용으로 법정에 서게 된 냉면집 사장님

한 냉면집 사장님들이 냉면 육수에 탄 겉보리 가루를 사용했다가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전래적인 식생활이나 통념상 식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을 식품 원료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구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사장님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핵심 쟁점 1: 국회가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할 수는 없다?! - 위임입법의 허용 범위

모든 것을 국회가 직접 법으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많죠. 그래서 '위임입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국회가 큰 틀을 정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정부 부처 등에 위임해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형사처벌과 관련된 부분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94헌마213)와 대법원은 위임입법이 허용되려면,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형벌의 종류와 범위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제75조, 형법 제1조 제1항 참조)

핵심 쟁점 2: 식품 안전 기준, 너무 모호한 거 아닌가요? -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구 식품위생법(1999. 5. 24. 법률 제5892호로 개정되기 전) 제7조 제1항과 구 식품공전(1997. 8. 13. 보건복지부장관 고시 제1997-55호) 제3조는 식품 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일반인들의 전래적인 식생활이나 통념상 식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장님들은 이 규정이 너무 모호해서 무엇이 금지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었죠. 죄형법정주의란, 어떤 행위가 범죄이고 어떤 형벌을 받는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형법 제1조 제1항 참조)

하지만 대법원은 이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식용 여부를 모든 경우를 예측해 일일이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법의 목적과 상식, 그리고 법관의 해석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판결의 의미: 식품 안전과 법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

이 판결은 식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 규정과,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식품 관련 법규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임입법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법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해서는 안 되며, 국민이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최대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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