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근로자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는 주제입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분쟁은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죠. 오늘은 노동쟁의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며, 정당행위의 경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여러 차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는 생산라인의 인원 부족을 이유로 비상스위치를 눌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동료 근로자들을 선동하여 잔업을 거부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동료 대의원의 연행에 항의하며 잔업 거부를 주도하고, 자신의 징계에 불만을 품고 잔업 거부를 종용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먼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과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2003. 11. 28. 선고 2002도5726 판결 등).
법원은 피고인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킨 행위에 대해, 작업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이 발생했다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체협약에 따라 작업 중지 및 대피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잔업 거부를 선동한 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정법')을 고려하여 판단했습니다. 노동조정법 제1조는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제4조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형법 제20조를 적용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노동조정법 제37조는 쟁의행위의 목적·방법·절차가 법령 및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지 않은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이고,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잔업 거부 선동은 노동조합의 결정에 반하는 것이었고, 개인적인 불만이나 동료 대의원의 연행에 대한 항의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들을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는 의미
이 판례는 노동쟁의에서 정당행위의 인정 범위가 넓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근로자의 권리 행사는 법률과 사회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개인적인 불만이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노동조합 활동 역시 법령과 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결정 없이 이루어진 행위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조문 및 판례
일반행정판례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할 경우, 노동조합은 법적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으며, 쟁의행위 과정에서 절차상 위반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바로 상실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판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중 폭력, 파괴행위 등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일반행정판례
이 판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회사의 전직 명령이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 이를 거부한 것을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한지를 판단한 사례입니다. 쟁의행위 중 일부 목적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주된 목적이 정당하다면 쟁의행위 자체는 정당하며, 회사의 전직 명령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형사판례
노동쟁의 중재 회부 시 15일간 쟁의행위 금지가 합헌이며, 쟁의행위라도 사무실 점거, 무임승차 운행, 재물 손괴 등은 위법임을 확인한 판례.
형사판례
이 판례는 근로자들의 휴일근로 거부, 공장 점거, 정당 당사 농성 등이 어떤 경우에 쟁의행위로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정당성을 벗어나는지를 판단한 사례입니다.
형사판례
노동쟁의 과정에서 법으로 정해진 냉각기간이나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쟁의행위라도 무조건 불법은 아니며, 사회·경제적 불안정이나 회사 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쟁의행위로 인한 업무방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실제 작업개시 시간과 쟁의행위 시간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