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4.12

민사판례

노조, 내 월급 함부로 못 건드린다?! - 임금협상과 노조의 권한에 대한 이야기

회사가 어려워지면 임금을 삭감하거나 상여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노동조합이 회사와 협상해서 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반대로 노조가 회사와 합의하여 임금을 깎는 데 동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노조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임금을 맘대로 줄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노동조합의 권한과 임금 협상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건의 발단: 대한항공은 IMF 경제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노조와 협상을 통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노조원들이 "노조가 우리 동의도 없이 우리 월급을 멋대로 포기할 수 있느냐!"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미 발생한 임금(ex. 상여금)에 대해 노조가 근로자 동의 없이 회사와 합의하여 포기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노조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는 있지만, 이미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은 근로자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노조가 근로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33조)

즉, 노조는 회사와 협상하여 근로조건을 바꿀 수는 있지만, 이미 발생한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자 개인의 동의 없이 포기, 유예 등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7572 판결,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그렇다면, 상여금은 언제 '이미 발생한 임금'이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대한 상여금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2항, 근로기준법시행령 제18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급기간 말일까지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 내에 상여금 지급일에 대한 관행이 있다면 그 관행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한항공에 상여금 지급일에 대한 확립된 관행이 없었으므로 상여금 지급기일은 해당 월의 말일로 보았습니다.

결론: 대한항공 노조는 4월, 12월 상여금 지급기일(말일) 전에 회사와 합의했으므로, 아직 '이미 발생한 임금'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조가 근로자 동의 없이 상여금 지급을 유예하는 합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한항공 노조원들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노조의 권한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노조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이미 발생한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자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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