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9.09

형사판례

노조 위원장을 '어용', '앞잡이'라고 비난한 현수막, 모욕죄일까?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상대방을 비난하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고, 어디서부터 모욕죄가 성립될까요? 오늘은 노조 위원장을 '어용', '앞잡이'라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사건을 통해 모욕죄와 정당행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들은 노동조합 위원장인 피해자 甲을 '어용', '앞잡이' 등으로 지칭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제작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반인의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게시했습니다. 이에 甲은 모욕죄로 피고인들을 고소했습니다.

쟁점

피고인들의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설령 모욕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모욕죄를 인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유

  1.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형법 제20조,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151 판결 참조)

  2. 모욕적 표현과 정당행위: 비록 어떤 글이나 발언에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타당한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411 판결 참조)

  3. 본 사건의 경우: '어용', '앞잡이'라는 표현 자체가 언제나 모욕죄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장기간 반복하여 일반인이 많이 다니는 곳에 현수막과 피켓을 게시했고, 그 표현의 정도와 게시 기간, 장소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권리이지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용', '앞잡이'와 같은 표현은 상대방에게 심한 모욕감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본 사건은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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