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 노조의 '현장조직' 간부가 회사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으로 받은 돈일까요, 아니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일까요? 대법원은 이 사건을 배임수재죄로 판단했습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기아자동차 노조에는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기노회)'라는 현장조직이 있었습니다. 이 조직의 간부였던 피고인은 회사 공장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정한 청탁: 대법원은 공장장이 피고인에게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기노회 소속 노조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협상이 회사 측에 유리하게 타결되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비록 명시적인 청탁은 없었더라도, 금품 제공 시기와 액수, 피고인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도2090 판결,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776 판결 등)
임무 관련성: 대법원은 기노회가 비록 노조와 별개의 조직이지만, 노조 집행부 선거, 노조 집행부에 대한 평가, 노조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은 기노회 간부로서 이러한 활동을 총괄하고 추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으므로, 회사 측의 청탁은 피고인의 임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이용해 노조원들에게 부탁한 것이 아니라, 기노회 간부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도1435 판결 등)
결론
이 판결은 노조의 '현장조직' 간부라도 그 직무와 관련하여 회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장조직'의 활동이 비록 비공식적이라 하더라도, 노조 활동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간부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노조 활동의 투명성과 청렴성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참조조문: 형법 제357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도1560 판결, 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도61 판결, 대법원 2002. 4. 9. 선고 99도2165 판결,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도1435 판결,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4784 판결,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4702 판결
형사판례
한국노총 위원장이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돈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죄에 해당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받아 공사대금을 지급한 후 일부를 기부금 형태로 돌려받아 간접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보조금법 위반이 아니다.
형사판례
지역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대표가 전국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행위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 협회 대표는 협회를 대표하여 선거권을 행사하므로, 이는 '타인(협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판례
기업들이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면서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묵시적으로 청탁한 경우, 기자가 이를 받으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재건축조합 총무가 시공사로부터 거액의 업무추진비를 받은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인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배임수재죄를 인정했습니다. 명시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직무 관련자의 지위와 금액의 크기, 수수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정한 청탁을 추론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기금 자문 차장이 투자 관련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여 배임수재죄와 증권거래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판례
자격 미달 업체에 중소기업진흥기금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행위는 기금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므로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아 배임죄가 성립하며, 부정한 청탁을 받은 후 사직했더라도 그 청탁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