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사기 수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어음 사기는 큰 금액이 오가는 만큼 피해 규모도 상당한데요, 오늘은 표현대리와 관련된 어음 사기 사례를 통해 내 어음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갑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을에게 "갑 대리인 을" 명의로 어음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주었습니다. 갑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면서 을의 대리권은 소멸되었습니다. 하지만 을은 갑의 대리인인 척하며 병에게 갑의 이름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양도했습니다. 병은 을이 더 이상 갑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아무것도 모르는 정에게 어음을 배서양도했습니다. 이 경우 정은 갑에게 어음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해설:
어음행위에 대한 규정이 어음법에 없는 경우 민법을 적용합니다(어음법 제1조). 따라서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제3자와 거래한 경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리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제도입니다. 즉, 대리권 없는 자의 행위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의 핵심은 표현대리의 보호 범위입니다. 무권대리인(대리권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어음을 받은 직접 상대방(병)에게만 표현대리가 적용되는지, 아니면 그 어음을 다시 받은 제3자(정)에게도 적용되는지가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직접 상대방(병)에 대해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으면, 제3자(정)가 선의(착한 믿음)이더라도 본인(갑)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직접 상대방(병)에 대해 표현대리가 성립하면, 그 이후에 어음을 받은 사람(정)은 병의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악의(나쁜 믿음)라도 본인(갑)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다58443 판결 등)
이 사례에서는 병이 을의 대리권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악의) 병에 대한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병의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은 정 역시 표현대리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은 갑에게 어음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결론:
어음 거래 시에는 상대방의 대리권 존재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권이 없는 사람과 거래하면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어음을 양도받을 때는 이전 양도인들이 대리권 유무를 제대로 확인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표현대리라는 제도가 있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어음 거래를 위해서는 신중하고 주의 깊은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상담사례
어음 배서 위조 시, 위조된 배서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는 표현대리 성립 요건 부족으로 위조자나 배서된 이름의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상담사례
대리인이 회사 이름만으로 어음을 발행하면 대리인 개인이 발행인으로 간주되어, 어음 소지인은 원칙적으로 대리인에게 청구해야 하지만, 소지인이 대리 관계를 알았다면 대리인이 아닌 양도인 또는 원래 채무자에게 청구해야 한다.
상담사례
날인만 한 백지어음을 분실하면, 악의 없이 그 어음을 취득한 제3자에게 어음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상담사례
약속어음 위조 배서 시, 선의취득한 제3자에게 어음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지만, 제3자의 악의/중과실 입증 시 지급 면책되며, 회사는 표현대행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상담사례
도난/분실된 어음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악의 없이 받았다면 '선의취득'으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상담사례
타인의 신용 보증을 위해 발행하는 융통어음은, 상대방의 악의(융통어음임을 알고 부당하게 취득)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급 의무를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