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10.11

형사판례

대학교수의 교재 채택과 배임수증죄

대학교수가 특정 출판사의 교재를 채택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면 죄가 될까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오늘은 대학교수가 교재 채택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경우 배임수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몇몇 대학교수들이 특정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자기 출판사 책을 교재로 채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교재 판매액의 30~40%에 해당하는 돈을 학기마다 받았죠. 심지어 교수들이 직접 편집한 책도 아니었고, 정식 인세 계약도 없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교수들을 배임수증죄로 처벌했습니다.

배임수증죄란 무엇일까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증죄가 성립합니다. (구 형법 제357조 제1항, 현행 형법 제357조 제1항과 유사) 쉽게 말해, 남의 일을 봐주는 사람이 부정한 부탁을 받고 돈을 받는 것이죠.

핵심 쟁점: "부정한 청탁"이란 무엇일까요?

이 사건의 핵심은 교재 채택 청탁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이란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88. 12. 20. 선고 88도167 판결, 1991. 6. 11. 선고 91도413 판결 등) 청탁의 내용, 금액, 형식,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반드시 명시적인 청탁일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교수들이 받은 돈은 저작물에 대한 인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출판사 사장은 교재 채택 권한을 가진 교수들에게 통상적인 인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었고, 이는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교재 채택과 금전 교부가 학기마다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계약관계 유지를 위한 사례금으로도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교재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수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은 대학교수가 교재를 선택하는 것은 대학의 수업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70. 9. 17. 선고 70도1355 판결, 1991. 1. 15. 선고 90도2257 판결, 1991. 6. 11. 선고 91도688 판결 등) 즉, 대학교수도 이런 경우에는 배임수증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결론

대학교수는 교육의 자유를 갖지만, 그 자유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해주지는 않습니다. 교재 채택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면 배임수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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