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2.10

민사판례

대학교수의 조교에 대한 성적 언동, 불법행위 인정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였던 피고가 조교인 원고에게 성적인 언동을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NMR 기기 담당 조교로 근무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지도교수였는데, 원고에게 기기 조작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을 하거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 등을 만지고, 머리를 땋은 모습을 언급하며 머리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습니다. 또한, 원고에게 단둘이 입방식을 하자고 제안하거나, 연구실로 불러 몸매를 훑어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행위들로 인해 불쾌감과 굴욕감을 느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관계, 행위 장소와 상황, 성적 동기, 상대방의 반응, 행위의 내용과 정도,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민법 제750조)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의 행위는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교수가 조교에게 한 행위로, 성적인 동기와 의도가 명백하고,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판단 기준

  •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 당사자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 상대방의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 성희롱의 불법행위 성립: 성희롱을 고용관계에 한정하거나 조건적 성희롱과 환경형 성희롱으로 구분할 필요 없이, 일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행위의 위법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사용자 책임: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사용자 책임이 인정됩니다. (민법 제756조)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행위가 사무집행과 관련이 없고, 은밀하게 이루어져 사용자가 알 수 없었으므로 사용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6다카1923 판결,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39146 판결,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6890 판결)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성희롱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성희롱을 고용관계와 무관하게 일반 불법행위의 범주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성희롱 피해자 보호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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