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06.13

민사판례

도장이 찍혀있으면 진짜 문서일까? - 인영 진정성립 추정에 대한 이야기

계약서나 차용증 같은 문서에 도장이 찍혀있다면, 우리는 보통 그 문서가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장이 찍혀있다고 해서 항상 진짜 문서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도장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법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법률 용어로는 '인영(印影)'이라고 하는 도장이 찍혀있으면, 그 도장의 주인이 직접 찍은 '진짜 도장'이라고 일단 추정합니다. 그리고 도장이 진짜라면, 그 문서 전체도 진짜라고 추정합니다. 이것을 인영의 진정성립 추정문서 전체의 진정성립 추정이라고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329조)

예를 들어, 홍길동 이름으로 된 계약서에 홍길동 도장이 찍혀 있다면, 홍길동이 직접 도장을 찍고 계약에 동의했다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이 추정 덕분에 복잡한 증명 과정 없이 문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홍길동 도장을 훔쳐서 함부로 찍었다면 어떨까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법은 추정의 번복을 허용합니다. 즉, 도장이 찍혀있더라도 상대방이 "이 도장은 홍길동이 찍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증거를 제시하면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증거를 제시해야 추정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과거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다카707 판결)에서는 "도장 주인이 찍지 않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판례에서는 "도장 주인이 찍었는지 의심할 만한 사정을 제시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1324 판결 등)

예를 들어, 홍길동이 "나는 그 계약서를 작성한 기억이 전혀 없고, 계약 당시 해외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법원은 도장의 진정성립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될 것이고, 따라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 추정도 깨질 수 있습니다.

즉, 도장이 찍혀있더라도 그것이 진짜 도장인지, 도장 주인의 의사에 따라 찍힌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다카707 판결
  •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1324 판결
  • 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다1394 판결
  • 대법원 1982. 8. 24. 선고 81다684 판결
  • 대법원 1986. 2. 11. 선고 85다카1009 판결
  • 대법원 1990. 4. 24. 선고 89다카21569 판결
  • 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4151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24770 판결
  • 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다카915 판결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3다30129, 30136 판결
  •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5780 판결
  •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다13279 판결

참고 조문:

  • 민사소송법 제329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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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날인#문서진정성립#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