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02.09

형사판례

돈 맡기러 은행 갔다가 차 훔쳐간 운전기사, 유죄일까? 무죄일까?

사장님의 부탁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러 갔던 운전기사가 사장님의 차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과연 절도죄일까요, 아닐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공장의 운전기사였던 피고인은 사장님의 아내로부터 은행에 돈을 맡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장님 소유의 차를 운전하여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피고인은 그대로 차를 몰고 도주했습니다. 일주일 후, 피고인은 사장님에게 차량의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횡령죄와 절도죄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횡령죄는 유죄, 절도죄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차를 운전해 은행에 간 것은 맞지만, 돈을 인출한 후 차를 운행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즉, 차를 훔쳐갈 의도(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습니다. 2심 법원이 증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돈을 인출한 후 차를 타고 도주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차량이 발견된 곳은 은행과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처럼 은행 근처에 차를 세워두었다면, 굳이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 피고인이 돈을 인출한 후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2심 법원이 피고인의 진술과 차량 발견 장소 등 중요한 증거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성급하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29조 (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참고 판례:

    •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감도392 판결
    • 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917 판결
    • 대법원 1992. 4. 24. 선고 92도118 판결

이 사건은 절도죄에서 '불법영득의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가져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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