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세우려면 자본금이 필요하죠. 그런데 돈이 없어서 빌린 돈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을까요? '가장납입'이라는 법률 용어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오늘은 10억짜리 회사를 세우면서 생긴 황당한(?) 사례를 통해 가장납입과 회사 설립의 유효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갑씨는 10억 원 자본금의 A주식회사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갑씨는 회사 주식의 80%(8억 원어치)를 가져가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돈이 한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채업자에게 8억 원을 빌려 다른 발기인들이 낸 2억 원과 함께 은행에 입금했습니다. 회사 설립 등기를 마치자마자 갑씨는 은행에서 8억 원을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바로 갚아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A회사 설립은 유효할까요?
해설:
갑씨처럼 돈을 빌려 주식인수 대금을 납입한 후 바로 갚아버리는 행위를 가장납입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납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에 자본금이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이죠. 상법에서는 이러한 가장납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29조 제1항).
그런데 놀랍게도, 대법원은 이런 가장납입의 경우에도 회사 설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빌려서 납입하는 행위 자체는 실제 돈의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자본금 납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비록 돈을 빌린 의도가 주금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되었더라도, 이는 납입하는 사람의 속마음일 뿐이고 회사 설립이라는 객관적인 절차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법원 1983. 5. 24. 선사 82누522 판결 참조)
즉, 갑씨가 돈을 빌려서 납입하고 바로 갚았더라도, 일단 회사 설립 당시에는 자본금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기 때문에 A회사의 설립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결론:
갑씨의 사례처럼 돈을 빌려서 회사를 설립하는 가장납입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 설립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가장납입은 회사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이므로 지양해야 하며, 실제 사업 자금 확보를 통해 건전한 방식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례
가장납입을 해도 주주 자격은 유지되지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관련자들은 배상 책임을 진다.
민사판례
빌린 돈으로 회사 자본금을 납입했더라도, 그 주주를 명의만 빌려준 차명주주로 볼 수는 없다.
민사판례
타인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인수하고, 돈을 잠깐 넣었다 빼는 방식(가장납입)으로 회사를 설립한 경우, 실제로 돈을 낸 사람만 주주이며, 이름만 빌려준 사람은 주금 납입 책임이 없다.
형사판례
회사 설립이나 증자 시 자본금이 실제로 납입된 것처럼 꾸미는 '가장납입'에 은행직원이 관여했을 경우, 그 직원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가장납입에 사용된 돈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 직후 인출하여 빚을 갚는 행위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회사 설립을 위해 은행에 넣었던 돈을 설립 등기 후 바로 꺼냈더라도, 회사가 그 돈만큼의 자산을 실제로 가지고 있고, 인출한 돈을 자산 취득 과정에서 생긴 빚을 갚는 데 썼다면 납입가장죄가 아니다.
상담사례
주식 가장납입 시 명의만 빌려준 사람은 주금 납입 의무가 없고, 책임은 가장납입을 실행한 사람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