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9.30

민사판례

돈 빌려주고 받은 지불각서, 진짜일까? 가짜일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이나 지불각서를 받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만약 빌려준 사람이 돈을 갚지 않고 "이 각서는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에게 4,165만 원을 빌려주고 '지불각서'를 받았습니다. 지불각서에는 돈을 갚겠다는 내용과 피고의 이름, 주소, 그리고 피고가 운영하는 회사의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돈을 갚지 않으면서 "지불각서의 내용 중 일부만 내가 쓴 것이고, 나머지는 원고가 함부로 적어 넣은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지불각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지불각서 하단에 있는 피고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부분의 필적이 피고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지불각서 전체가 진짜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문서의 일부가 진짜임이 확인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 전체가 진짜라고 추정되는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

피고는 "내가 백지에 이름과 주소만 쓴 것을 원고가 마음대로 채워 넣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빌려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피고의 주장 역시 계좌 이체 내역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지불각서가 진짜라고 보고, 피고는 원고에게 돈을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법리

  • 사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사문서에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 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그 문서는 진짜라고 추정합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
  • 처분문서의 증명력: 처분문서가 진짜라고 인정되면, 그 내용을 뒤집을 만한 명확하고 믿을 만한 반대 증거가 없으면 문서 내용대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 완성문서 추정: 서명, 날인, 무인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서는 완성된 상태에서 작성되었다고 추정합니다. 미완성 상태에서 서명날인만 먼저 했다는 주장은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

결론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차용증이나 지불각서를 받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관련 증거를 잘 보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판례는 사문서의 진정성립 추정과 관련된 중요한 법리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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