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7.04.26

형사판례

범죄수익으로 돈세탁 의뢰받았다면 횡령죄일까?

오늘은 좀 특이한 횡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횡령이라고 하면, 내가 맡아 관리하던 남의 재산을 함부로 써버리는 경우를 떠올리실 텐데요, 이번 사건은 조금 다릅니다. 바로 범죄수익을 돈세탁해주기로 하고 돈을 받았다가, 그 돈을 마음대로 써버린 경우, 이것도 횡령죄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돈세탁 의뢰를 받고 19억 원 상당의 수표를 받았습니다. 이 수표는 사기 범죄로 얻은 범죄수익이었죠. 피고인은 이 수표의 일부를 현금으로 바꾼 후, 나머지 수표와 현금을 마음대로 써버렸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횡령죄로 기소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핵심 논리는 **"불법원인급여"**입니다. 불법원인급여란, 불법적인 목적으로 돈이나 물건을 건넨 경우, 나중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민법상의 원칙입니다 (민법 제746조). 즉, 불법적인 일에 쓰려고 준 돈은, 그 돈을 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써버리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고, 그 소유권은 받은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표를 받은 행위가 바로 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이 수표를 받은 목적은 범죄수익을 돈세탁하는 것이었고, 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에서 금지하는 불법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즉, 피고인은 불법적인 목적으로 수표를 받았고, 따라서 수표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넘어갔으므로, 자신의 돈을 마음대로 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불법원인급여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사회성이 현저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를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는 형벌 법규를 위반한 행위를 목적으로 수표가 교부되었고,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리

이번 판결은 범죄수익을 돈세탁해주기로 하고 돈을 받았다가 마음대로 써버린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돈이나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범죄수익은닉과 같은 불법 행위를 방지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조조문:

  • 민법 제103조, 제746조
  • 형법 제30조, 제355조 제1항
  •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 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 제3호
  •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 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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