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7.04.26

형사판례

범죄수익금 맡아줬다 썼는데 횡령일까? 아니일까?

오늘 살펴볼 사건은 금융다단계 사기 범죄수익금을 맡아 보관하다가 써버린 사람에게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복잡한 사건이지만 핵심 쟁점은 "불법적인 돈을 맡아준 경우, 그 돈을 써버려도 횡령죄가 되는가?" 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갑은 아버지(공소외인)의 금융다단계 사기 범죄수익금을 자기 계좌에 보관하다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을에게 돈을 옮겨 보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을은 다시 병에게 돈을 맡겼고, 병은 이 돈을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병은 횡령죄로 기소되었는데, 병은 "불법적인 돈이라 소유권이 자신에게 넘어왔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1: 불법원인급여란 무엇일까?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불법적인 일에 쓰려고 돈을 줬다면, 나중에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때 돈을 받은 사람은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쟁점 2: 어떤 경우에 '불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단순히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서 모두 불법원인급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불법'이 인정되려면 급여의 원인이 된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강행법규를 위반했지만 반환하게 하는 것이 규범목적에 맞지 않는 경우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은 병이 돈을 받은 이유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행위, 즉 범죄수익금을 숨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목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범죄수익금을 돌려주도록 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병이 돈을 교부받은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돈의 소유권은 병에게 넘어갔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원심은 병에게 횡령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병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민법 제746조, 제103조, 형법 제355조 제1항,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제3호,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이 사건은 불법적인 돈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과 은닉하는 것을 구분하여 판단해야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단순 보관이라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은닉 목적이라면 불법원인급여로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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