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안에 전봇대가 없이 깔끔하게 전기선이 땅속에 묻혀 있는 모습, 보기 좋죠? 도시 미관도 살리고 안전사고 위험도 줄어드니 참 좋은데, 문제는 이 지중화 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전봇대 세우는 것보다 훨씬 비싸거든요. 그럼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 문제로 한국전력공사와 도시개발공사가 법정 다툼까지 갔던 사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법원은 땅속 전선 묻는 비용은 누구에게 부담시켰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도시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즉, 지중화에 드는 추가 비용은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법적인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 사건의 핵심은 옛날 주택건설촉진법(주촉법)
해석에 있었습니다. 이 법에는 전기 공급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주택법
으로 바뀌면서 지중화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지만, 이 사건은 법이 바뀌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옛 주촉법
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주촉법
이 만들어졌을 당시 상황, 즉 지중화 비용이 훨씬 비싸고 기술적으로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전기요금에 지중화 비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법에서 말하는 '설치 의무'는 일반적인 전봇대 설치를 의미하는 것이지, 굳이 훨씬 비싼 지중화까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더군다나 지중화로 인한 혜택은 주로 그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데, 모든 전기 사용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이 다르다면?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한국전력공사가 지중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법 원리가 등장합니다. 바로 법률 해석의 최종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률을 해석할 수 있지만, 그 해석이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해석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참고: 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11조,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 제1항, 제2항
, 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 헌법재판소 2004. 10. 28.자 99헌바91 결정
)
결국,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후 주택법
이 개정되면서 사업지구 내 가장 가까운 주택단지 경계선까지는 한국전력공사가, 그 이후부터는 사업 주체와 한국전력공사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명확히 규정되었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비용 부담에 대한 논란을 해소한 것이죠.
이 판례는 법 해석의 중요성과 함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법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통신 회사가 도로점용허가 없이 전봇대에 통신선을 설치했더라도, 지자체가 도로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통신선을 옮기게 한다면 지자체가 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민사판례
택지개발지구 내 전기시설 설치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결입니다. 특히, 20m 미만 도로로 구분된 토지, 지중화 설치비용, 그리고 주택이 없는 단지의 전기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한국전력공사와 수원시 간의 분쟁에 대한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지자체가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전봇대와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을 할 때, 통신 회사에 통신선 이설을 요구했다면, 그 이설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민사판례
택지개발지구 내에서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전력공사 간 전기시설 설치비용 부담에 대한 분쟁에서, 폭 20m 미만 도로로 구분된 토지는 별도의 주택단지로 볼 수 없으며, 지중화 설치비용은 한전이 전액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
민사판례
한국전력공사가 지자체와 맺은 지중화 공사 비용 분담 약정에 따른 정산금 청구에 대해, 법원이 해당 채권에 3년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 단기소멸시효는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채권에 적용되는데, 이 사건은 도급계약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
일반행정판례
전기사업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전선로 때문에 건물 신축 시 문제가 생길 경우, 전선로 이설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땅 주인이 바뀌었거나, 땅 주인이 직접 짓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아 건물을 짓는 경우에도 전기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