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내용은 러시아 국적선의 정기용선과 관련된 선박우선특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선박우선특권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배와 관련된 채권을 가진 사람이 배를 압류하여 그 매각대금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항구 이용료를 내지 않은 선박이 있다면, 항구 측은 해당 선박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러시아 국적선의 정기용선자가 항만 이용료 등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선박대리점이 대신 돈을 지불하고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하며 경매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쟁점은 정기용선료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사건 선박이 러시아 국적이라는 점입니다. 선박우선특권과 관련된 법률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선박우선특권 관련 분쟁에서는 선박의 국적국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러시아는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이하 '1993년 협약')에 가입한 국가입니다. 러시아 헌법 제15조 제4항에 따르면 국제조약은 러시아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1993년 협약이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1993년 협약은 정기용선료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할까요? 협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무자는 '선박소유자, 선체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전 협약인 '1967년 협약'에서는 '다른 용선자'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1993년 협약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왜 삭제되었을까요? 선박에는 저당권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박우선특권은 저당권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저당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박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박우선특권의 범위를 축소한 것입니다. 즉, 선박소유자와 유사한 책임을 지는 선체용선자를 제외한 정기용선자, 항해용선자에 대한 채권은 선박우선특권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또한, 1993년 협약은 '선박운항자'와 '용선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선체용선자는 선박운항자로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일정 기간 선박을 빌려 쓰는 정기용선자는 선박운항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1993년 협약에 따라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선박대리점은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할 수 없고, 경매 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68354 판결 참조)
참조조문: 상법 제777조,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러시아 헌법 제15조 제4항,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 1993) 제4조 제1항,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67년 국제협약(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 1967) 제7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39617 판결
민사판례
배를 빌려 쓰는 방식 중 하나인 정기용선에서, 예선료(배를 항구 안팎으로 끌어주는 서비스 비용)를 받지 못한 업체는 배 소주인에게 직접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선적의 선박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되는 선원 임금채권을 제3자가 변제하고 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세인트 빈센트 그래나딘 법은 제3자가 자발적으로 변제한 경우 법원의 허가 없이는 대위할 수 없다는 영국 판례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민사판례
선장이 배를 관리하고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 선적항(출발항)이 아닌 곳에서 맺은 계약에 대한 채권만 선박 우선특권을 인정한다.
민사판례
경매 진행 중인 선박의 정박료는 경매 절차의 비용이지, 선박우선특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다른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없다.
민사판례
외국 선박에 대한 우선특권이라도 한국에서 실행하려면 한국 법률에 따라야 한다.
민사판례
선박에 기름을 공급한 회사가 용선자(배를 빌린 사람)와 계약을 맺었을 경우,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배를 압류하고 판매대금에서 먼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선박우선특권은 선박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사람과 계약해야만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