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9.07.24

민사판례

배 빌려 쓰다가 돈 못 받으면 배 압류해서 돈 받을 수 있을까? (정기용선과 선박우선특권)

배를 빌려 쓰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선체용선, 정기용선, 항해용선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인지에 따라 법적인 권리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정확한 계약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유형은 계약서 내용, 이용 기간, 사용료, 선박 점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19090 판결)

오늘은 정기용선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기용선은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정해진 기간 동안 운항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정기용선자가 용선료를 내지 않거나, 예선료와 같은 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배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배를 압류하고 경매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법원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상법은 선체용선의 경우, 선박 이용과 관련된 우선특권이 선박 소유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850조 제2항). 즉, 선체용선자가 예선료를 내지 않으면, 예선업자는 선박 소유자에게도 돈을 청구하고 배를 압류하여 경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기용선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선체용선에 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정기용선의 경우에도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기용선과 선체용선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둘 다 용선자가 선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선원 고용 등 운항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선체용선과 마찬가지로 정기용선자도 제3자에 대해 선박 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14215 판결,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65977 판결)

  2. 선박채권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선체용선이나 정기용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예선업자는 법적으로 예선 요청을 거절할 수 없고(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거절하면 처벌까지 받습니다(같은 법 제55조 제4호). 예선업자 입장에서는 누가 배를 빌렸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예선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선박우선특권을 통해 예선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은 상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상법 제777조 제1항). 따라서 정기용선에서도 우선특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선박 소유자나 다른 채권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정기용선된 배를 이용하다가 예선료 등의 비용을 지불받지 못한 경우,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배를 압류하고 경매를 통해 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선박 관련 거래에서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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