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운항하다 보면 갑작스럽게 수리가 필요하거나 연료가 떨어지는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먼 바다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죠. 이런 경우 선장은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돈을 빌리거나 물품을 외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배 소유자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때 바로 선박우선특권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선박우선특권이란,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배를 팔아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배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과 비슷한 효력을 가지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 제861조 제1항 제5호는 선박의 보존이나 항해 계속을 위해 선장이 선적항 외에서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고 생긴 채권에 대해 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꼭 필요한 상황에서 선장의 권한으로 이루어진 계약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것이죠.
대법원은 1989.12.26. 선고 88다카3991 판결에서 이 조항의 취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선장이 긴급한 상황에서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배 운항에 큰 차질이 생기고, 결국 배 소유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먼 바다에서는 선박소유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어렵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선장이 직접 계약을 체결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선장이 본사에 물품 구매를 요청하고, 본사가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선장이 긴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권한으로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만 우선특권이 인정되는 것이죠.
즉, 선박우선특권은 선장이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고,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죠. 하지만 이 권리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
민사판례
배가 사고 나서 돈을 받아야 할 때, 배 수리비 같은 선박우선특권보다 선원들 임금(임금우선특권)을 먼저 줘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배를 빌려 쓰는 방식 중 하나인 정기용선에서, 예선료(배를 항구 안팎으로 끌어주는 서비스 비용)를 받지 못한 업체는 배 소주인에게 직접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어선 책임선장이 선주와 약정한 특별상여금도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에 해당한다.
민사판례
선박에 기름을 공급한 회사가 용선자(배를 빌린 사람)와 계약을 맺었을 경우,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여 배를 압류하고 판매대금에서 먼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선박우선특권은 선박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사람과 계약해야만 인정됩니다.
민사판례
선박이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후가 아니라도, 경매 등으로 항해가 중단된 곳에서 발생한 선박 보존 비용에도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된다.
상담사례
회사 선박 충돌 사고로 인한 경매 배당에서 근로자의 최근 3개월치 임금은 선박우선특권보다 우선하는 임금우선특권에 따라 먼저 지급되는 것이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