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품 판매, 공동정범일까?

밀수는 나쁜 거 다들 아시죠? 그런데 밀수한 물건을 사는 건 어떨까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만으로도 밀수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밀수품 판매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떤 부부가 일본에서 밀수입된 캠코더, 양주 등을 사들여 되팔아 이윤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밀수입하는 선원들로부터 "물건을 가져올 테니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승낙했고, 실제로 밀수된 물건을 받아 판매했습니다. 검찰은 이 부부를 밀수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습니다. 밀수입하는 사람과 판매하는 사람이 서로 짜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이죠.

1심과 2심 법원은 부부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부를 밀수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왜 이런 판결을 내렸을까요?

공동정범이 되려면, 단순히 범죄를 알고 있거나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함께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범행을 실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동가공의 의사' 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 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형법 제30조)

이 사건에서 부부는 단지 밀수입된 물건을 팔아주겠다고 승낙하고, 실제로 판매한 것뿐입니다. 이는 밀수입 행위 자체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밀수입을 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팔아주겠다"고 승낙한 것은, "물건이 밀수입되면 사겠다" 또는 "팔아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 밀수입 범행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즉, 부부의 행위는 밀수품을 취득하거나 매각을 알선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밀수 범행 자체에 가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관세법 제179조 참조)

관련 판례:

•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461 판결
•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도3297 판결

이 판례는 밀수 범죄의 공동정범 성립 요건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순히 밀수품을 사고파는 행위만으로는 밀수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밀수에 가담하거나 밀수를 조장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