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편의 이혼 청구,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 장기간 별거 후 이혼 소송

부부간의 갈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상처는 특히 깊고 오래갑니다. 외도한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 상대방은 깊은 배신감과 함께 법적인 대응에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간 남편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혼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통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남편(원고)과 아내(피고)는 1971년 혼인신고를 하고 슬하에 자녀 셋을 두었습니다. 가족 모두 외국에서 거주하던 중, 1995년 남편은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하며 집을 나갔습니다. 아내는 자녀들과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16년 넘게 별거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외도를 저지르고 집을 나간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조항을 근거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유책 배우자의 책임의 정도, 상대방의 혼인 계속 의사, 당사자의 연령, 혼인 기간, 별거 기간, 별거 후 생활 관계, 혼인 파탄 후 사정 변경 여부, 이혼 시 상대방의 생활 보장 정도, 자녀 양육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남편의 외도로 혼인이 파탄되었지만, 16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로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되었고, 남편이 자녀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남편의 유책성이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는지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내 역시 장기간 시댁과의 관계를 단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혼인 파탄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무조건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비록 외도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장기간의 별거, 상대방의 혼인 계속 의사, 자녀 양육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만, 각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