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부부관계를 법적으로 해소하는 행위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쪽 배우자의 잘못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을 때, 잘못을 저지른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놓고 법원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립니다. 오늘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 여부를 둘러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논쟁을 살펴보겠습니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해 왔습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진 사람이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상대 배우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파탄주의란?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파탄주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 유책주의 유지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의 반대의견: 파탄주의 도입
반면 반대의견에서는 파탄주의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유책주의를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즉,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 계속 의사가 없거나, 유책배우자가 상대방과 자녀에게 충분한 보호와 배려를 제공했거나, 시간이 흘러 유책성이 약해진 경우 등에는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
이를 판단할 때는 유책배우자의 책임 정도,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 당사자의 나이, 혼인 기간, 별거 기간, 상대방의 경제적 상태, 자녀 양육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 제840조, 헌법 제36조 제1항)
이번 판결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사이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법 개정 논의와 함께 이혼 관련 판례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참조조문: 민법 제810조, 제816조 제1호, 제826조 제1항, 제834조, 제840조, 헌법 제3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외 다수 (본문에 언급된 모든 판례)
가사판례
바람을 피우고 가정을 버린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아내에게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가사판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데 오기나 보복심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허용된다.
가사판례
바람, 폭행 등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더라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할 수 없다.
가사판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민사판례
바람을 피우고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어 자녀까지 낳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사례.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고, 혼인 지속이 배우자에게 고통을 준다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
가사판례
남편의 외도와 시아버지의 폭행으로 가정이 파탄 났지만,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혼 합의와 위자료 지급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으며, 남편이 다른 여성과 재혼한 사실도 이혼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