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9.12.27

민사판례

배 돌려줄 때 연료비 정산, 계약 파기하면 안 해줘도 된다?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 계약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 배를 돌려줄 때 남은 연료에 대한 비용 정산 문제,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특히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않고 중간에 파기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와 관련된 중요한 법리가 확립되어 소개해 드립니다.

사건의 개요

한진해운이 외국 선박회사들로부터 배를 빌려 쓰는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 배를 돌려줄 때(반선) 선박에 남아있는 연료를 선박회사가 사서 한진해운에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계약이 중도 해지되었고, 선박을 돌려주게 되었습니다. 이때 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은 남은 연료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라는 선박회사의 요구에 대해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연료비를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한진해운에 줘야 할 용선료에서 남은 연료비를 빼겠다고 맞섰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한진해운 파산관재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반선"의 의미: 계약서에 '반선 시 연료비 정산' 조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정산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선"이란 계약에서 정한 조건대로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계약이 중도 해지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계약서 조항 해석: 이 사건 계약서는 'NYPE 1946 양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 조항을 수정한 형태였습니다. 연료비 정산 조항에는 "인도"와 "반선"이라는 단어만 있고, 계약 해지 시의 정산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반면 개정된 'NYPE 2015 양식'에는 "어떠한 해지의 경우에도" 연료비 정산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차이점을 근거로, 이 사건 계약에서는 중도해지 시 연료비 정산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연료유 소유권: 한진해운이 연료 공급업체에 연료비를 완납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애초에 한진해운이 돌려줄 연료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적용 법조항 및 판례

  •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이 사건에서는 영국법이 준거법)
  • 상법 제842조: 용선인은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고 용선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민법 제492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지

결론

이번 판결은 용선 계약, 특히 정기용선계약에서의 "반선"의 의미와 연료비 정산 의무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해지 시의 연료비 정산에 대한 명확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며, 계약 해지 시에는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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