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1.20

형사판례

백지어음에 금액을 함부로 채워 썼다면 횡령일까?

백지어음이란? 아직 금액이 적히지 않은 어음을 말합니다. 발행인이 어음 금액을 나중에 채워 넣거나, 다른 사람에게 금액을 채워 넣을 권한을 위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위임받은 사람이 권한을 넘어서 금액을 채워 넣고 함부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백지어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액면을 보충해서 할인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얼마까지 채워 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한도도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약속된 한도를 넘어 금액을 채워 넣고,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해버렸습니다.

쟁점

이 경우,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의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할까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5조).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은 어음을 '보관'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의 행위를 횡령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약속된 한도를 넘어 금액을 채워 넣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기존 어음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음을 '발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즉, 백지어음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어음의 '보관자'가 아니라 새로운 어음의 '발행인'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횡령죄의 성립 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9.12.12. 선고 89도1264 판결, 수원지방법원 1994.9.13. 선고 94노927 판결 참조)

핵심 정리

백지어음에 금액을 채워 넣을 권한을 위임받았더라도, 약속된 한도를 넘어서는 순간 '보관'이 아닌 '발행'으로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어음 발행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므로, 다른 죄 (예: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이 판례는 백지어음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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