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이 나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누구나 재판을 앞두고 한 번쯤은 가져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법관과 사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죠.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법관 기피 신청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기피 신청이 인정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기피 신청, 왜 필요할까요?
우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의무가 있습니다 (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06조, 제109조).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피 신청 제도를 통해 당사자는 해당 법관이 자신의 사건을 심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장치인 셈이죠.
기피 신청은 언제 할 수 있나요?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은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하면서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란, 일반인의 시각에서 법관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법관에게 편파적인 생각이 있거나, 법관이 실제로 불공정한 재판을 할지 여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반인이 보기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죠.
대법원 판결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기피 신청을 한 당사자는 재판장이 과거 대기업 사장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상대방 배우자가 그 대기업 회장의 딸이라는 점을 들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재판장과 대기업 사장의 관계, 상대방과 대기업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반인의 입장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의 기피 신청 기각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핵심 정리!
일반행정판례
이미 사건에서 배제된 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단순히 증거 채택이 일부 취소되었다고 해서 판사 기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형사판례
판사가 증거를 안 받아줬거나 재정신청 결정이 늦어졌다고 해서 그 판사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거라며 기피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판사 기피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판사 기피는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명백한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단순히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이유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사판례
판사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증인신문을 제지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판사가 불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야 한다.
형사판례
판사가 내가 원하는 증거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또는 재판을 질질 끌 목적으로 판사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민사판례
법관의 언행이나 소송대리인 변경 등이 법관 기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