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다 보면 판사가 나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기피신청이라는 제도를 통해 해당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피신청은 아무 때나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는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기피신청, 왜 필요할까요?
기피신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만약 판사가 특정 당사자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서는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왠지 판사님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주관적인 느낌만으로는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통상인의 판단으로써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기피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87.10.21. 자 87두10 결정, 1990.11.2. 자 90모44 결정, 1991.12.7. 자 91모79 결정 등)
증거신청 기각이나 증인신문 제지는 기피사유일까요?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내가 신청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거나, 증인 신문을 제지하는 경우, "판사가 나에게 불리한 재판을 하려고 한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기피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증거 채택 여부는 재판의 효율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되는 것이고, 형사소송법 제299조에 따라 재판장은 소송에 관계없는 사항에 대한 증인신문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판장이 피고인의 증인신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결론
기피신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단순히 판사의 재판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객관적인 의혹이 존재해야 합니다.
일반행정판례
이미 사건에서 배제된 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단순히 증거 채택이 일부 취소되었다고 해서 판사 기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민사판례
법관의 언행이나 소송대리인 변경 등이 법관 기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
형사판례
판사가 증거를 안 받아줬거나 재정신청 결정이 늦어졌다고 해서 그 판사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거라며 기피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재판이 끝나고 판결까지 선고된 후에는, 해당 판사를 기피하는 신청은 효력이 없다.
가사판례
법관이 실제로 편파적이지 않더라도, 일반인이 보기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면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형사판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판사 기피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판사 기피는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명백한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단순히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이유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