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테이블 고안, 진보성 인정 못 받아

오늘은 특허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고안의 진보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테이블 기능이 부가된 벽면 구조'라는 명칭의 고안이 그 주인공인데요, 쉽게 말해 벽에 붙였다가 필요할 때 펼쳐서 테이블로 쓸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허법원은 이 고안이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고, 여러 구성 요소들이 서로 기능을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판단하여 진보성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테이블 윗면을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고안의 핵심 구성 요소들이 이미 알려진 기술이거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접이식 테이블의 바깥 면을 광고판으로 쓰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히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일 뿐, 특별한 기술적 창의성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핵심은 실용신안법 제5조 제2항에 있는 '진보성'입니다. 기존 기술을 단순히 조합한 것만으로는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조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효과가 나타나야 하죠. 대법원은 이 고안이 기존 기술들을 조합했을 뿐,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조명을 추가해서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것도 각 구성 요소가 가진 효과를 단순히 합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참고로, 실용신안의 진보성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후266 판결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고안이 기존 기술에 비해 혁신적인 발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진보성을 인정하지 않고 특허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례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허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진보성이라는 중요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