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1.06.29

민사판례

부도유예협약과 지급정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도산을 막고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도유예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지원하거나 정리하는 절차를 담고 있었죠. 그런데 이 협약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지급정지' 상태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할까요? 이번 판례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사건의 개요

미도파는 대농그룹 회장의 대한종합금융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어음을 발행했습니다. 이후 미도파는 경영 악화로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결국 회사정리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대한종합금융은 미도파에 대한 채권을 신고했지만, 미도파 측은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업 선정 시점을 '지급정지' 상태로 간주하여, 그 이후 발행된 어음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채권을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한종합금융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제4호)

법원의 판단

핵심 쟁점은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업 선정이 '지급정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지급정지'란 채무자가 재산 부족으로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음을 외부에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돈이 없어서 못 갚는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죠.

하지만 부도유예협약은 단순히 지급불능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협약의 목적은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살려보려는 데 있습니다.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하여 지원을 계속하거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리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업에는 회생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모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협약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지급정지' 상태라고 볼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법원은 미도파의 경우,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고, 어음 지급 거절이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지급정지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부도유예협약 대상 기업 선정을 '지급정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어려움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만으로는 "나 망했어요"라고 말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부도유예협약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단순히 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지급정지' 상태로 단정 지을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회생을 위한 노력과 실제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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