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1.06.09

형사판례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시위, 과연 불법일까?

오늘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시위를 진행하던 중 경찰의 제지를 받고 이에 불응하여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사례인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사건의 개요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는 일제강점하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시위를 계획했습니다. 유족회는 부산지방경찰청에 집회 신고를 하고, 상세한 일정과 진로가 담긴 전국도보행진 일정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시위를 진행하던 중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제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족회 사무국장은 경찰관들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시위진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여러 지역을 거치는 시위를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요? (집시법 제6조 제1항 단서)
  2. 신고한 내용에서 조금 벗어난 시위는 불법일까요?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3. 경찰의 제지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을까요? (형법 제136조 제1항)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여러 지역을 거치는 시위 신고: 집시법은 시위 장소가 여러 지방경찰청 관할에 걸칠 경우 '주최지 관할 지방경찰청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산에서 출발했으므로 부산지방경찰청에 신고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고 내용이 실제 집회 내용과 실질적으로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2. 신고 내용과 실제 시위의 일치: 신고 후 진행된 집회가 신고 범위를 벗어나 해산 명령 대상이 되는지는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주최자가 모든 세부 사항을 예상하여 신고하는 것은 어렵고, 진행 과정에서 변경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고 내용과 실제 상황을 구체적·개별적, 전체적·종합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3. 경찰 제지의 적법성: 이 사건에서는 부산지방경찰청에 신고서와 함께 상세한 일정표가 제출되었고, 경찰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집회 내용도 신고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집회를 집시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우며, 경찰의 제지가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 (집회의 자유)
  • 형법 제136조 제1항 (공무집행방해죄)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 제6조 제1항, 제2항 (신고), 제7조 제1항 (보완), 제8조 제1항 (금지), 제12조 제1항 (제한), 제16조 제4항 제3호 (해산명령), 제20조 제1항 (해산절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신고서식)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9471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4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도10425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도12609 판결 등

결론

이 판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신고된 집회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여러 지역에 걸친 시위의 신고 절차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관련 법규와 판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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