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담당 부장님이 회사 대표님도 모르게 중요한 계약을 체결해 버리는 경우처럼 말이죠. 이런 경우, 회사는 부장님이 멋대로 한 계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요? 오늘은 무권대리와 추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해보겠습니다.
사례:
A 회사의 부장인 B는 C 회사와 외상 거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B는 계약서에 A 회사 대표이사의 인감 대신 자신의 인감을 사용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A 회사는 C 회사에게 계약 내용대로 거래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경우 A 회사의 행동을 무권대리 행위에 대한 추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무권대리란 무엇일까요?
'대리'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권대리'는 대리할 권한이 없는데도 타인의 대리인인 것처럼 행동하여 계약 등의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례에서 부장 B는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무권대리 행위를 한 것입니다.
추인이란 무엇일까요?
무권대리 행위는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이를 나중에 '추인'하면 유효한 계약이 됩니다. 추인이란 무권대리인이 한 행위를 본인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즉, "알았어, 네가 한 계약 내가 책임질게!"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A 회사는 계약을 추인한 것일까요?
대법원은 무권대리 행위에 대한 추인은 명시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암묵적인 행위로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즉, 직접 "추인한다"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무권대리 행위의 효과를 받아들이려는 의사를 외부적으로 표현했다면 추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본인이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61398 판결).
우리 사례에서 A 회사는 C 회사에게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했으므로, 이는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A 회사는 B 부장이 멋대로 체결한 계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론:
회사 대표님도 모르게 부장님이 멋대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회사가 나중에 이를 알고 계약 이행 의사를 밝혔다면 회사는 그 계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처럼 무권대리와 추인은 기업 활동에서 중요한 법적 개념이므로, 회사 관계자라면 이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사례
직원의 무단 계약(무권대리)을 사장이 알고도 이행 의사를 밝히면(추인) 사장도 계약에 대한 책임을 진다.
민사판례
권한 없는 사람이 대신 계약을 맺었더라도, 회사가 그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회사가 해당 계약을 인정(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담사례
직원의 무단 계약(무권대리)은 추인을 통해 유효하게 만들 수 있으며, 계약 상대방에게 직접 추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민사판례
회사의 공동대표 중 1명이 단독으로 계약을 갱신했는데, 회사가 이를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계약 이행을 요구했다면, 회사가 그 계약을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본다는 판례입니다.
민사판례
대리권 없이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한 경우라도, 진짜 주인(본인)이 나중에 그 계약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묵시적 추인), 그 계약은 유효하게 됩니다.
상담사례
타인이 내 이름으로 계약하는 것을 알면서 방치하면 암묵적 대리권을 준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