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 속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행위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후보자 비방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살펴보고, 어떤 경우에 처벌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사실 적시 vs. 의견 표현, 그 애매한 경계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발언을 할 때,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현'**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적시: 시간과 장소가 특정되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진술로, 증거로 입증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 후보는 과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와 같은 발언은 사실 적시에 해당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51조)
의견 표현: 개인적인 평가나 가치판단을 담은 주장으로, 증명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후보는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발언은 의견 표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사실을 나열한 뒤 부정적인 평가를 덧붙이는 경우,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사실 적시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즉, 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의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인신공격, 정치적 비판을 넘어선 비방
상대 후보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만, 인신공격성 발언은 **'비방'**으로 간주되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책이나 역량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51조, 형법 제310조)
3. 진실한 사실 적시, 처벌받지 않으려면?
만약 상대 후보에 대한 발언이 사실 적시이면서 비방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받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
진실한 사실: 허위 사실이 아닌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사실이어야 합니다.
공공의 이익: 단순히 자신이 당선되기 위한 사적 이익을 넘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공적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즉, 진실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인 감정이나 당선을 위한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발언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발언의 동기, 표현 방식, 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공의 이익 여부를 판단합니다.
4. 판례를 통해 본 후보자 비방죄
실제로 한 선거에서 후보자 A는 상대 후보 B에 대해 "B 후보는 박철언 씨가 자신의 오빠라고 주장하며 선거운동을 했다", "B 후보는 선거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B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했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발언이 사실 적시에 해당하며, B 후보의 인격을 비하하는 비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 후보의 발언 동기가 공적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977 판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후보자들은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고,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은 선거의 본질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단순히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담은 인터넷 게시글은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가 비리라고 주장하는 책자를 출판하고 광고를 게재한 행위는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단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고, 그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거도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형사판례
구의원 예비후보가 같은 당 시의원 후보 예정자를 온라인 게시판에 여러 차례 비방하는 글을 올려 처벌받은 사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과 사실 적시가 인정되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사판례
지방의회의원 선거 유세 중 상대 후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더라도,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추상적인 판단이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범위 내의 발언이라면 후보자 비방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선거 유세 중 상대 후보의 이혼 경위에 대한 암시적 발언은 비방에 해당하지만, 상대 후보 배우자의 의료법 위반 의혹 제기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여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
형사판례
선거 후보자에 대한 컴퓨터 통신 게시글이 비방 목적의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단순한 의견 표현이나 평가는 비방죄로 처벌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