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는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특히 패소하는 쪽은 승소한 쪽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죠. 그런데 만약 소송에서 질 것 같은 상대방이 소송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소송비용 담보제공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소송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소송에서 지면 소송비용을 못 줄 것 같으니 미리 돈을 맡겨놔라"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담보제공을 누구든지 요구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부분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소송비용 담보, 원고가 피고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고는 피고에게 소송비용 담보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 제117조 제1항은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권자를 피고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소송을 건 원고가 아니라 소송을 당한 피고만 상대방에게 담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죠.
법 조항을 살펴보면,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사무소와 영업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17조 제1항)
항소심에서 이긴 원고라도 상고심에서 피고에게 담보를 요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항소심에서 이긴 원고는 어떨까요? 상대방이 상고해서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만약 최종적으로 패소한다면 상고심에서 발생한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원고는 피고에게 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안 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12. 9. 13.자 2012카허15 결정, 대법원 2017다227837호 건물명도 사건 참조) 소송비용 담보제공 신청권은 상소심에서도 마찬가지로 피고에게만 있다는 것이죠. 즉, 항소심에서 이겼다고 해서 원고가 피고에게 소송비용 담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408조, 제425조 참조)
결론적으로 소송비용 담보제공은 소송을 당한 피고의 권리이며, 원고는 이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상소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소송 당사자라면 이 점을 명확히 알고 소송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판례
해외 거주 원고에게 소송비용 담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는, 피고가 1심에서 본안 변론을 하면 상실되며, 이는 항소심에도 적용된다.
민사판례
소송에서 이미 담보를 제공했더라도 소송 진행 중 비용이 늘어나 담보가 부족해진 경우, 부족함을 알았을 때 바로 추가 담보를 요청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면 나중에 추가 담보를 요청할 권리를 잃게 됩니다.
상담사례
1심 패소 후 항소했는데 피고가 소송비용 담보 제공을 요구했지만, 이미 1심에서 담보 사유를 알고 있었음에도 항소심에서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항소심에서 새로운 담보 사유가 발생했다면 요구가 가능하다.
민사판례
1심에서 패소한 원고가 항소하자, 피고는 항소심에서 소송비용 담보 제공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1심에서 원고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했는데도 피고가 1심에서 담보 제공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에서 청구가 명백히 이유 없다는 것을 피고가 알았는지, 항소심에서 새로운 담보 제공 사유가 생겼는지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허판례
특허나 상표 관련 행정 소송에서 원고(취소를 구하는 쪽)는 소송비용 담보를 요구할 수 없고, 오직 피고(심결을 유지하려는 쪽)만 담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상소심(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 제공을 신청하려면, 1심이나 2심에서 이미 담보 제공 사유가 있었지만 본인의 과실 없이 신청하지 못했거나, 상소심에서 새롭게 담보 제공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