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로 빚을 갚았는데, 그 수표가 다시 돌아왔다면? 빚은 정말 사라진 걸까?

부동산 매매처럼 큰돈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수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수표를 받았는데, 그 수표가 부도가 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그 수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가 다시 돌려받았다면 원래 빚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는 B에게 땅과 건물을 팔았지만, B는 잔금을 다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B가 다른 사람 C에게 그 땅과 건물을 다시 팔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A는 잔금 중 일부는 C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C가 발행한 수표로 받기로 했습니다. A는 이 수표를 D에게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수표가 부도가 났고, C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D와 합의하여 수표를 돌려받았습니다. A의 빚을 넘겨받은 E는 A에게 B가 주지 않은 잔금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가 C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만큼의 빚은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수표로 받기로 한 잔금에 대해서는 좀 더 복잡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핵심은 수표가 **"기존 원인채무의 지급확보 또는 그 담보"**를 위해 발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수표 자체가 빚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을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수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수표를 넘긴 채권자가 수표상의 상환의무를 완전히 면하게 될 때 비로소 원래의 빚이 사라진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민법 제460조, 수표법 제10조, 제17조 참조)

이 사건에서 A는 D에게 수표를 넘겼지만, D가 C와 합의하여 수표를 돌려받으면서 더 이상 A에게 돈을 요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A는 수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났고, 따라서 B에게 받지 못한 잔금에 대한 빚도 사라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결론

수표로 빚을 갚는 경우, 수표가 단순히 빚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담보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수표가 부도나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복잡한 상황에서는 수표를 넘긴 사람이 수표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가 원래 빚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번 판례는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