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으로 도주하던 운전자가 경찰관을 차로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특수공무방해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공무집행 방해로 판단한 이 사건, 어떤 점이 쟁점이었을까요?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신호위반 후 경찰의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주를 시도했습니다. 추격해 온 경찰관들이 하차를 요구했지만, 피고인은 이를 무시하고 차를 후진하여 경찰관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습니다. 그 후, 피고인은 급발진하여 한 경찰관을 차 앞 범퍼로 들이받았고, 경찰관이 차 본넷 위에 매달린 상태에서도 운전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가로수를 들이받아 경찰관은 차와 가로수 사이에 끼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특수공무방해치사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핵심 쟁점: 자동차 = '위험한 물건'?
이 사건의 핵심은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협박 등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자동차가 비록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데 사용될 경우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휴대'의 의미에는 단순히 소지하는 것뿐 아니라 널리 이용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도597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783 판결)
피고인은 단순히 도주하려 했을 뿐, 경찰관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즉, 고의로 경찰관을 차로 치어 살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결과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특수공무방해치사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입니다.
적용 법조항
이 판례는 자동차와 같은 일상적인 물건이라도 사용 방법에 따라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경찰관이 단순 신호위반으로 도주하는 차량의 탑승자에게 실탄을 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법에서 정한 허용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라고 판결했습니다.
상담사례
경찰의 도주차량 추격 과정에서 동승자가 사망한 사건을 통해, 경찰의 총기 사용은 흉악범 체포 등 긴급상황에서 최후 수단으로 제한되며, 이 사건처럼 단순 도주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다른 대응책이 있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민사판례
칼을 휘두르며 도주하는 차량 절도 혐의자에게 등을 보인 상태에서 경찰관이 실탄을 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정당방위 또는 공무집행 중 발생한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위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경찰관이 도주하는 차량 절도범을 향해 권총 실탄을 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여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도 도주 등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배상액의 70%를 감액했습니다.
형사판례
검사가 공소장에 적용법조를 잘못 기재했더라도,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법원은 공소장 변경 없이 바른 법조를 적용할 수 있다. 잘못 기재된 법조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법조를 적용하더라도 불고불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민사판례
경찰관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하던 중, 도주 차량으로 인해 제3자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경찰의 추격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추격의 필요성, 예측 가능한 위험성, 추격 방법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