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공사로 인한 일조권 침해, 시공사도 책임있을까?

햇빛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기존 주민들의 일조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이럴 때 시공사는 어떤 책임을 질까요? 오늘은 아파트 신축공사로 인한 일조권 침해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코오롱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 새 아파트(대림아파트)가 건축되면서 일조권을 침해받았다며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림아파트는 건축법상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여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쟁점

핵심 쟁점은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일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건물 건축공사의 시공사는 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할 의무만 있을 뿐, 일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원심(2심) 법원도 이러한 논리로 시공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건축공사의 수급인(시공사)은 원칙적으로 일조방해에 대한 책임이 없지만,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664조, 제750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림산업이 단순한 시공사를 넘어 재개발조합과 함께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림산업은 재개발조합에 필요한 비용을 대여하고, 공사비를 스스로 부담했으며, 사업계획 및 설계변경에도 관여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림산업은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서 재개발조합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아파트를 건축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시공사가 단순히 공사를 담당하는 것을 넘어,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일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조권과 같은 주거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건설 사업 관련자들은 이러한 판례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