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12.10

일반행정판례

안개 속 바다의 충돌, 누구의 잘못일까?

바다는 넓고 드넓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합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바로 이런 안갯속 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과 어선의 충돌 사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개요

1990년 7월 27일 저녁 6시경, 경남 남해안 가오도 근처 바다에서 유조선 태양호와 어선 제59칠성호가 충돌했습니다. 당시 가오도 근처 해역은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태양호는 광양에서 마산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칠성호는 부산에서 제주로 항해 중이었습니다.

해난심판원의 판단

사고 후 중앙해난심판원은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 태양호는 안개 속에서 레이다를 끄고 무중신호(안개 속에서 다른 선박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도 울리지 않은 채 협수로의 좌측에 바짝 붙어 항해했습니다. 또한, 협수로 통행방법(좁은 수로에서의 항해 규칙)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 칠성호는 레이다를 켜고 무중신호를 울리며 항해했고, 태양호의 접근을 인지했지만 태양호가 피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해난심판원은 태양호 측의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태양호의 선장과 항해사에게 각각 업무정지 4개월과 9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칠성호 선장에게도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법원의 판단

태양호의 선장과 항해사는 해난심판원의 재결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난심판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칠성호도 과실이 있지만, 안개 속에서 기본적인 항해 규칙을 지키지 않은 태양호 측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핵심: 안개 속에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

법적 쟁점: 해난사고 원인 규명 재결의 소송 대상 여부

이 사건에서는 해난사고의 원인 규명 자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해난심판법 제5조 제1항의 해난 원인 규명 재결은 그 자체로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징계 처분과는 달리, 사고 원인 규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난심판법 제5조, 제74조,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참조)

관련 판례

이 판결은 해난사고 원인 규명 재결의 소송 대상 여부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 (대법원 1978.9.26. 선고 77후21 판결, 1984.1.24. 선고 81추4 판결, 1990.2.23. 선고 88추10 판결) 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결론

안개 낀 바다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입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모든 선박이 항해 규칙을 준수하고,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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