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8일 인천항 부근. 짙은 안개로 시야가 100m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료를 싣고 인천항으로 들어오던 유니콘마리너호와, 건설 자재를 싣고 부산으로 향하던 예인선 경성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서로 안개 속에서 상대 선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경성호 선장과 항해사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습니다. 핵심 이유는 경성호가 출항 항로가 아닌 입항 항로를 역주행했기 때문입니다. 유니콘마리너호 역시 경성호를 발견하고 피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었지만, 주된 책임은 경성호에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불복한 경성호 선장과 항해사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은 심판원이 사고 원인에 대한 각 선박의 책임 비율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징계를 내렸다는 점, 그리고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법원은 경성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징계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심판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다는 점(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추65 판결 참조)을 인정하면서도, 징계를 위해 반드시 사고 발생 원인 비율을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조)
법원은 경성호 선장이 최신 해도를 사용하지 않고 구식 GPS 플로터에 의존해 항해한 점, 항해사가 짙은 안개 속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레이더 관측 및 감속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심판원의 견책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74조)
결국, 이 사건은 안개 속 해상에서의 항해 주의 의무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신 정보를 활용한 정확한 항로 설정, 그리고 제한된 시계에서의 세심한 레이더 관측과 안전 속력 유지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때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은 다툴 수 있지만, 사고 발생 원인 비율의 명시가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4. 6. 24. 선고 93추182 판결, 대법원 1995. 2. 28. 선고 93추137 판결 참조)
일반행정판례
안개 낀 협수로에서 유조선과 어선이 충돌한 사고에서, 유조선 측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되어 항해사와 선장에게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유조선 측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원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해난사고 원인 규명 자체는 행정처분이 아니지만, 관련 징계는 행정처분으로 취소될 수 있다.
일반행정판례
짙은 안개 속 해군함정(775함)과 폐기물 운반선(해광1호)의 충돌사고에서, 해양안전심판원의 사고 원인 규명 결정은 소송 대상이 아니며, 과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쪽(775함)에도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는 판결.
민사판례
짙은 안개 속에서 예인선에 끌려가던 부선이 다른 선박과 충돌한 사고에서, 부선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 사고 책임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 또한, 어선원 재해보상 관련하여 수협중앙회의 구상권 범위를 제한하여 순환소송 및 신의칙 위반 문제를 방지하는 판결.
민사판례
짙은 안개 속에서 항해하던 여객선이 군함과 충돌한 사고에서, 법원은 여객선의 레이더 성능 부족, 무전기 고장, 갑판원 미배치 등을 이유로 여객선이 안전 항해에 필요한 능력(감항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황색 점선 중앙선이 있는 도로에서 상대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으며, 과속 자체가 사고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 차량의 중앙선 침범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과속으로 인해 사고를 회피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