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차용증 대신 어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음은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날짜에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만약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어음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음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음에도 지켜야 할 절차들이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어음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질문: 돈을 빌려준 A씨는 B씨로부터 '지급을 위하여' 어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가 기한 내에 어음 제시 등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B씨는 어음을 발행한 사람(주채무자)에게 돈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A씨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어음 제시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A씨가 B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음을 '지급받기 위해' 받았다는 것은 돈을 갚는 방법으로 어음을 사용하기로 약속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돈을 빌려준 사람은 먼저 어음을 통해 돈을 받아야 하고, 만약 어음으로 돈을 받지 못할 경우에만 원래의 채무 관계(빌려준 돈)를 근거로 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음을 받은 A씨는 만기일에 어음을 제시하는 등 필요한 절차(소구권 보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A씨가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B씨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음을 발행한 사람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면, B씨는 어음을 돌려받은 후 어음을 발행한 사람에게 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씨가 진짜로 손해를 입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바로 A씨가 어음 제시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후에 어음 발행인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진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B씨는 어음을 돌려받더라도 어음 발행인에게 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게 됩니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떤 경우에 B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요? A씨가 어음 제시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당시, 어음 발행인의 재정 상태가 나빠질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즉, A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9다69692 판결
결론적으로, 어음을 받았더라도 제시 기간 등 필요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절차상의 하자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어음 발행인의 자력 악화 가능성에 대한 인식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민사판례
빌려준 돈 대신 제3자가 발행한 어음을 받았는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어음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돈을 못 받게 된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의 책임이 있는지,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이 손해배상으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민사판례
어음을 받았는데, 어음이 부도나서 돈을 못 받았다면 어음 발행인에게 어느 정도까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단순히 어음 금액 전체가 아니라, 어음 발행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만큼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상담사례
공사대금 대신 받은 어음을 제때 제시하지 않아 부도가 났더라도, 어음을 준 사람이 상대방의 재정 악화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면서 어음을 받았는데 채무자가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가 어음을 가지고 있다면 채무 변제 사실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입니다. 어음을 돌려받지 않고 돈을 갚았다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사례
어음을 대금 대신 받았다면, 원래 돈(원인채권)을 청구하려면 어음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어음(어음채권)으로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소송이 가능합니다.
민사판례
어음 뒷면에 적는 배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어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음금을 청구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어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음상 권리를 제대로 받았다는 사실과 어음을 발행한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