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판결 이후에도 의료계약은 유효할까?

의식 회복 불가능한 환자, 연명치료 중단 소송…그리고 남은 의료비

가족 중 누군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의식을 잃고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그 무게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안타까운 사고로 의식을 잃은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소송 이후 발생한 의료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환자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환자 측은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인공호흡기 제거 후에도 환자는 자발 호흡으로 연명하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후 병원은 환자 측에 미납 진료비를 청구했습니다. 여기에는 연명치료 중단 소송 기간 동안의 인공호흡기 유지비용, 상급병실 사용료, 선택진료비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쟁점: 연명치료 중단 판결 이후 의료계약의 효력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기존 의료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만약 의료계약이 유효하다면, 환자 측은 연명치료 중단 이후 발생한 의료비도 지급해야 합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판결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이 사건에서는 인공호흡기 부착)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지만, 기존 의료계약은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에도 다른 의료행위에 대한 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 측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상급병실 사용료 등 그 외의 미납 진료비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의료계약의 효력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기존 의료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중단된 연명치료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한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 민법 제680조 (위임의 의의)
• 민법 제686조 (위임계약의 종료)
• 민법 제689조 (수임인의 사망 등) 제1항
•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법적, 의학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