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는 기업의 얼굴과도 같죠. 그런데 너무 흔한 디자인은 상표로 등록받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영문자 't' 하나만을 변형해서 만든 상표의 등록 가능성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어떤 상표였을까요?
이탈리아 회사인 '아. 테스토니 에스. 피. 에이.'는 회사명의 첫 글자인 소문자 't'를 변형한 디자인을 상표로 출원했습니다. 단순히 't'만 쓴 게 아니라 아래쪽을 굵게 하고, 양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마치 배의 닻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죠. 그리고 이 디자인의 외곽선을 따라 가는 실선을 둘렀습니다.
특허청의 판단: 너무 흔해!
특허청은 이 상표가 너무 간단하고 흔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다른 상품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죠. 당시 상표법(1990년 1월 13일 개정 전) 제8조 제1항 제6호는 간단하고 흔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특허청은 이 조항을 근거로 거절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닻처럼 보이잖아!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t'를 변형한 디자인이 단순히 't' 자로 보이기보다는 배의 '닻'처럼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죠. 아래쪽을 굵게 하고, 양 끝을 뾰족하게 만들고, 외곽선에 가는 실선을 더한 디자인 덕분에 't'를 단순히 도안화했다기보다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상표가 특별한 현저성을 가지고 있어 흔한 표장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특허청의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1994.01.28. 선고 92후2442 판결).
핵심은 '변형'
이 판결은 단순한 글자 하나라도 독창적으로 변형하면 상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과거에도 유사한 판례들을 통해 상표의 독창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대법원 1983.3.8. 선고 82후23 판결, 1985.1.29. 선고 84후93 판결, 1990.12.26. 선고 90후793 판결). 이번 판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상표 디자인, 간단해 보여도 그 안에 숨겨진 법적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특허판례
흔히 볼 수 있는 도형과 문자를 조합하더라도,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여 상품 출처를 식별할 수 있다면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일반행정판례
G와 Q 두 글자를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모양과 색깔을 변형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갖춘 경우,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특허판례
글자를 변형하여 만든 상표(기술적 문자상표)가 도형화된 정도가 너무 커서 일반인이 글자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상표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특허판례
상표의 일부 문자가 심하게 도안화되어 원래 문자의 의미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면, 그 상표는 상품의 품질이나 효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상표 등록이 가능할 수 있다.
특허판례
티셔츠 등 의류에 사용되는 닻 모양의 두 도형상표가 세부적인 디자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상이 유사하여 소비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사 상표로 판단되었습니다.
특허판례
상자 모양 도형에 "S-PAC"이라는 글자가 결합된 상표는 상자라는 상품 자체의 형상을 보여주는 표시이므로 상표로서 등록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상표에는 상품의 출처를 구별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상표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