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에 적힌 혐의와 다른 범죄, 증거로 쓸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혐의와 다른 범죄의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경찰은 피고인을 체포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소변과 모발을 압수했고,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압수수색영장은 다른 혐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필로폰을 제공했다는 혐의) 로 발부된 것이었습니다.

1심 법원은 압수된 소변과 모발 검사 결과 등을 증거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혐의와 현재 기소된 혐의는 관련이 없다"며 해당 증거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칙적으로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 하지만 영장에 적힌 혐의와 관련 있는 다른 범죄의 경우에는 압수수색 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관련 있는 범죄'란 영장에 적힌 혐의와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 객관적 관련성은 직접적인 관련뿐 아니라 범행 동기, 경위, 수단, 시간, 장소 등을 증명하는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됩니다.
• 이 사건의 경우, 압수영장의 혐의(필로폰 제공)와 실제 기소된 혐의(필로폰 투약)는 단순히 동종 범죄인 것을 넘어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압수영장에 '피고인이 이전에 소지했던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소변과 모발을 압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압수한 소변과 모발은 영장에 적힌 혐의를 입증하는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밝혀진 필로폰 투약 혐의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압수·수색·검증영장)
•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능력)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3489 판결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520 판결
•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14341, 2019전도130 판결

이번 판례는 압수수색의 범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의 혐의와 다른 범죄라도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