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바뀌면 옛 법은 효력을 잃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옛 법의 부칙, 특히 경과규정까지 효력을 잃을까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4.26. 선고 2010두27079 판결)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법률이 전부 개정되면 옛 법의 본칙은 물론 부칙까지 모두 효력을 잃습니다. 마치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것과 같죠. 그런데 예외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인데요. 이 '특별한 사정'이란 무엇일까요?
새 법에 옛 법 부칙을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당연히 옛 부칙은 효력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옛 부칙의 효력이 유지되어야 할 만한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옛 부칙이 없어지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국민들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옛 부칙의 입법 취지, 새 법의 취지, 법률 공백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두19419 판결 참조).
이번 대법원 판결은 1975년 건축법 부칙(1975. 12. 31. 법률 제2852호 건축법 중 개정법률 부칙 제2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부칙은 1976년 2월 1일 이전에 주민 통행로로 사용되던 폭 4m 이상의 길을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하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1991년 건축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이 부칙과 유사한 규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1975년 부칙에 따라 도로로 인정받던 길은 더 이상 도로가 아닌 걸까요?
대법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1991년 건축법 개정은 대부분의 도로가 지자체의 지정을 받게 되면서 옛 부칙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삭제한 것일 뿐, 기존 도로의 지위를 박탈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죠. 만약 옛 부칙이 효력을 잃는다면, 그동안 도로로 인정받던 길이 갑자기 도로가 아니게 되어 혼란이 발생하고, 도로를 끼고 있는 땅 주인들의 재산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행정소송법 제27조,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5호(현행 제2조 제11호 참조), 부칙(1975. 12. 31.) 제2항, 구 건축법(2008. 3. 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1호 참조)
결국 대법원은 옛 부칙이 효력을 잃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법의 안정성과 국민들의 신뢰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법이 바뀌더라도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행정판례
오랫동안 주민들이 통행로로 사용하던 땅에 건물을 지으려고 건축신고를 했지만, 구청에서 "건축법상 도로"라는 이유로 거부한 처분이 정당한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비록 그 땅이 "건축법상 도로"는 아니더라도, 주민들의 통행로로 쓰이는 "사실상 도로"라면 건축을 허용하지 않을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오래된 건축법 위반 건물이라도 현재 시행되는 건축법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법이 전부 개정되면 이전 법의 경과규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잃지만, 예외적인 경우는 존재한다.
세무판례
법의 일부만 고칠 때, 기존 법의 경과규정(법 시행 시점 등과 관련된 특별 규정)도 같이 고치지 않으면, 새 법에도 그 경과규정이 계속 적용된다는 판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례를 통해 이 원칙을 확인.
민사판례
1992년 6월 1일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건축법 위반에 대해서는 1992년 이전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
일반행정판례
이전 건축허가를 위해 도로 제공에 동의했던 토지 소유자가, 해당 건축허가가 취소된 후 새로 진행된 다른 건물의 건축허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토지 소유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범죄 후 법이 바뀌어서 그 행위가 더 이상 범죄가 아니거나 형량이 줄어든 경우, 법이 바뀐 이유가 과거 법이 잘못되었다는 반성 때문인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새로운 법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