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2.13

민사판례

온라인 게시판, 운영자는 언제 글을 지울 수 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보면 내가 쓴 글이 갑자기 삭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운영자가 함부로 글을 지울 수는 없겠죠. 그럼 어떤 경우에 운영자가 글을 삭제할 수 있고,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온라인 게시판 운영자의 게시글 삭제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하며,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한국전기통신공사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한국PC통신(현 KT)이 운영하는 하이텔에 전용 게시판을 개설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노조는 회사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며 게시판에 회사와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고, 일부 게시물은 과격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한국PC통신은 이러한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급기야 전용 게시판 서비스를 일시 중지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한국PC통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게시물 삭제와 전용 게시판 서비스 중지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게시물 삭제의 정당성

  • 약관의 유효성: 한국PC통신의 서비스 이용약관에는 타인 비방, 명예훼손,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 위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법원은 이 약관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0조 참조)
  • 삭제 기준: 게시물 삭제 여부를 판단할 때는 게시물의 문구뿐만 아니라, 게시 당시의 상황, 게시자의 지위, 게시 동기와 목적, 표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게시물 내용: 법원은 노조가 게시한 글들이 타인 비방, 명예훼손, 불법적인 노조활동 선동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약관에 따른 삭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16조 참조)

2. 전용 게시판 서비스 중지의 정당성

  • 정당한 사유: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노조의 게시판 관리 소홀, 불온 게시물 방치,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PC통신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제 게시물이 계속 게재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서비스 중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필요한 조치: 법원은 전용 게시판이 일반 이용자에게도 공개되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 서비스 중지 외에 불온 통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서비스 중지가 필요한 한도를 넘은 과잉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온라인 게시판 운영자의 게시물 삭제와 서비스 중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타인의 권리나 공공질서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운영자는 약관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통해 게시물을 관리해야 하며, 이용자 역시 책임감 있는 태도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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