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릴 때 수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사업하는 분들은 자금 융통을 위해 수표를 발행하고, 지인에게 부탁해서 수표 뒷면에 보증 서명을 받기도 하죠. 이런 수표를 '융통수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융통수표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그걸로 끝일까요? 다시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오늘은 융통수표를 재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융통수표란 무엇일까요?
융통수표는 실제 물건 거래 없이 단순히 자금 융통을 위해 발행하는 수표입니다. 쉽게 말해, 당장 현금이 없을 때 돈을 빌리는 용도로 쓰는 수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발행인 외에 다른 사람이 보증의 의미로 수표 뒷면에 서명(배서)을 하기도 합니다.
융통수표, 한 번 쓰고 버리는 건가요?
아닙니다. 융통수표는 한 번 사용했다고 해서 효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융통수표를 이용해서 돈을 빌린 사람(피융통인)은 돈을 갚고 수표를 돌려받으면, 그 수표를 다시 융통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융통수표에 배서한 사람(융통인)과 피융통인 사이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돈을 갚거나 수표를 돌려받으면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하고, 더 이상 그 수표를 유통시키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피융통인이 융통수표를 다시 사용한다면?
이 경우, 융통인은 수표를 받은 제3자에게 수표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단,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수표가 융통수표라는 사실, 둘째, 제3자가 그 수표가 이미 한 번 사용된 후 재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융통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입증한다면, 융통인은 "이 수표는 원래 목적대로 이미 사용되었고, 나는 재사용에 동의한 적 없다"라고 주장하며 수표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수표법 제22조 참조).
관련 판례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이러한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58721 판결,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50489 판결 등). 특히 위에 소개된 판례에서도 융통수표가 재사용된 사실을 알고 수표를 받은 사람에게는 수표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결론
융통수표는 편리한 자금 융통 수단이지만, 재사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융통수표를 사용할 때는 관련 법리를 잘 이해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융통수표를 받는 사람은 그 수표가 재사용된 것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나중에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친구에게 융통 목적으로 빌려준 수표가 제3자에게 넘어가더라도, 제3자가 수표의 재사용 사실을 알았다면 융통수표 재사용 항변으로 지급 의무가 없다.
상담사례
수표 되막기는 채무 변제가 아니라 지급 유예이므로, 새 수표가 부도나도 원래 채권의 소멸시효 내에서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민사판례
빚을 갚기 위해 준 수표가 부도날 위기에 처하자,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는 방식(되막기)으로 수표를 결제 처리했더라도, 원래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민사판례
돈을 갚기 위해 발행한 수표가 부도날 위기에 처하자, 다른 돈으로 수표를 막고 새로운 수표를 발행하는 '되막음'을 했을 경우, 원래 빚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수표가 제대로 결제되어야만 원래 빚도 사라집니다.
상담사례
타인의 빚 담보로 수표를 제공할 경우, 단순한 지급수단을 넘어 보증으로 해석되어 빚 전체를 갚아야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형사판례
돈을 빌리고 담보로 수표를 줬는데, 빚을 다 갚았음에도 불구하고 수표 소지인이 부당하게 수표를 사용하여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빌린 돈을 다 갚았고, 수표 소지인이 수표를 부당하게 사용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