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의 노트북에 키로그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서 인터넷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피고인. 과연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직장 동료의 노트북에 키로그 프로그램('spytector')을 설치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키보드 입력 내용이나 방문 웹사이트 정보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 후, 피고인에게 전송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의 네이트온, 카카오톡, 구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전자기록? 대법원은 인터넷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전자방식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이므로 형법 제316조 제2항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은 원심의 판단(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는 전제)을 뒤집은 것입니다. (참고: 형법 제227조의2, 제229조, 제232조의2, 제234조, 제314조 제2항, 제316조 제2항, 제366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기술적 수단 이용? 피고인은 키로그 프로그램이라는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으므로, 이 요건은 충족합니다.
비밀장치 여부? 하지만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된 전자기록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체, 또는 이를 저장한 텍스트 파일에는 비밀장치가 없었고, 피해자의 노트북에도 별도의 보안 설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비밀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알아낸 경우에는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참고: 형법 제316조 제2항)
판결 결과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전자기록에 해당하지만,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계정에 접속하고 대화 내용 등을 다운로드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다른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번 판례는 인터넷 계정 정보가 전자기록에 해당함을 명확히 했지만,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 성립을 위해서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필수 요건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비밀번호 설정 등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상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허락 없이 사용하여 이메일을 보낸 행위는 정보통신망 침입죄에 해당한다.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권한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형사판례
회사 동료 컴퓨터에 저장된 메신저 대화 내용을 동료 몰래 열람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인정됨.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라도 정보통신망과 연계되어 있다면 정보통신망법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
형사판례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를 추적해주는 유료 서비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인지 여부를 다룬 사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자체는 악성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추적을 통해 얻은 방문자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타인의 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
형사판례
권한이 없는 사람이 컴퓨터 시스템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사판례
타인 명의로 발급받은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결제한 행위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 법 개정 전이라도 권한 없이 타인의 카드 정보를 사용하여 이득을 취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형사판례
회사 직원이 다른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회사 기밀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은 행위는, 자료를 삭제했더라도 영업비밀 취득죄가 성립한다는 판결. 여러 죄가 동시에 성립할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벌 범위 내에서 처벌하되, 다른 죄에 정해진 최소 형벌보다 가볍게 처벌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