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02.23

민사판례

재판 연기와 소취하 간주: 변론 기회 없었는데 소취하?

법정 드라마를 보면 판사가 "다음 기일에 다시 변론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재판 기일에 나왔지만, 변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판이 연기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황에서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 측은 소송을 제기했고, 여러 차례 변론 기일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11차 변론 기일에 원고 측은 출석하지 않았지만, 피고 측은 출석했습니다. 원고 측은 미리 피고 측의 동의를 얻어 기일 변경 신청을 해두었고, 재판장은 이를 확인하고 피고 측에도 고지했습니다. 피고 측은 다른 변론 없이 이에 동의했고, 재판장은 변론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1심 법원은 이를 원고 측의 두 번째 불출석으로 보고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피고 측은 출석했지만 변론하지 않았으니, 원고 측의 불출석과 함께 쌍방 불출석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과연 이 판단은 정당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변론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41조는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취하로 간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기일이 개시되어 변론에 들어갔으나 변론을 하지 않은 경우"**여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재판장이 사건과 당사자를 호명하여 변론 기일을 시작하고, 변론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변론하지 않은 경우에만 소취하 간주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판장이 변론을 시작하기 전에 원고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고 피고 측의 동의를 얻어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측은 변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으므로, 변론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1973.3.13. 선고 72다2299 판결) 이 판례는 변론 기회가 없었던 경우 소취하 간주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재판 절차의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소송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주장을 펼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론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상담사례

4차 변론기일까지 잡혔는데, 내 소송 취하된 거 아니죠?! (쌍방 불출석과 소취하)

변론기일에 쌍방이 두 번 불출석해도 법원이 새로운 기일을 지정하면 소송은 취하되지 않고 해당 기일에 출석하여 변론을 진행하면 된다.

#소송#변론기일#불출석#쌍방 불출석

민사판례

재판에 갔는데 변론도 못하고 끝났다고? 그럼 난 안 간 거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재판에 당사자가 출석했는데 판사가 재판 기일을 연기한 경우, 이를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은 것과 같은 '불출석'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재판기일 연기#당사자 불출석#불출석 효과#변론 기회

상담사례

재판에 갔는데 변론도 못하고 돌아왔어요! 괜찮을까요? 😭

원고가 2차 변론기일에 출석했으나 재판장이 변론 없이 기일을 연기한 경우, 원고가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지 않으므로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손해배상#변론기회#기일연기#불출석

민사판례

재판에 두 번 안 나가면 소송이 취하될 수 있다?

원고와 피고 모두가 정해진 재판 날짜에 두 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새로운 재판 날짜를 정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계속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재판 불출석#소송 취하#직권 재판 기일 지정#구 민사소송법 제241조

민사판례

배당이의 소송에서 첫 변론기일 불출석 시 소취하 간주

돈을 배당받는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배당이의 소송)에서,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했더라도 첫 번째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송을 취소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배당이의 소송#첫 변론기일 불출석#소 취하 간주#변론준비기일

상담사례

소송 걸었는데 나도 상대방도 안 나가면 소송 끝?! (변론준비기일 & 변론기일 불출석)😨

원고가 변론준비기일과 변론기일에 각각 한 번씩 불출석했더라도, 두 기일은 별개로 계산되므로 소송 취하 간주되지 않는다.

#소송#불출석#변론준비기일#변론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