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갔는데 변론도 못하고 끝났다고? 그럼 난 안 간 거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법정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들이 치열하게 변론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런데 만약 재판에 갔는데 판사님이 바로 기일을 연기해버려서 변론할 기회도 없었다면 어떨까요? 그럼 재판에 안 간 것과 같은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원고 2는 재판에 갔지만, 재판장이 기일을 연기해 변론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원심(항소심)에서는 원고 2가 두 번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소송을 끝내버렸습니다. 원고 2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에 양쪽 당사자가 모두 출석했는데 재판장이 기일을 연기한 경우, 출석한 당사자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41조는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재판이 시작되어 변론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변론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변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재판장이 기일을 연기해서 변론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재판에 갔지만 변론을 못 한 것은 재판에 가지 않은 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심은 원고 2에게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재판하도록 했습니다.

핵심 정리

• 재판에 갔지만 판사가 기일을 연기해서 변론을 못 했다면 출석하지 않은 것과 같지 않습니다.
• 변론 기일에 출석했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민사소송법 제241조는 변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변론하지 않은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241조

참조판례: 대법원 1973.3.13. 선고 72다2299 판결, 1990.2.23. 선고 89다카19191 판결

이번 판례를 통해 재판에 참석했지만 변론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에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은 형식적인 절차보다 실질적인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