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1.07.28

형사판례

정부출연금 횡령, 여러 건이면 하나의 죄? 아니죠! (포괄일죄 vs. 경합범)

회사가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출연금을 받았는데, 회사 임원들이 이 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면 어떤 죄가 될까요? 하나의 큰 횡령죄일까요, 아니면 여러 개의 작은 횡령죄일까요? 이 차이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는 지식경제부 산하 여러 기관과 각각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내용의 협약을 맺고 총 9건의 정부과제사업을 따냈습니다. 각 과제에는 정부출연금이 지원되었죠. 그런데 A 회사의 대표이사와 자금담당 임원은 이 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해 버렸습니다.

쟁점: 포괄일죄인가, 경합범인가?

검찰은 이를 하나의 횡령죄(포괄일죄)로 보고, 횡령액을 모두 합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특경법은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피고인들은 각 과제별로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한다(경합범)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경합범이라면, 각 과제의 횡령액이 5억 원 미만일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지 않아 형량이 줄어들 수 있죠.

대법원의 판단: 경합범!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9건의 과제는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내용으로 협약이 체결되었고, 정부출연금 또한 각 과제별로 다른 계좌에 입금되어 관리되었습니다. 따라서 각 과제별로 별개의 위탁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즉, 회사 임원들은 각 과제에 대한 위탁관계를 각각 위반한 것이므로, 각각 별개의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죠. 피해법익도 각 과제별로 다르고, 횡령 범의 역시 각 과제별로 따로 형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핵심 논점과 관련 법리

  • 포괄일죄(형법 제37조): 여러 개의 행위가 사실상 또는 사회적으로 하나의 범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하나의 죄로 취급하는 것.
  • 경합범(형법 제37조): 여러 개의 죄를 범한 경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특정 재산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이때 '이득액'은 포괄일죄에서는 합산액을 의미하지만, 경합범에서는 각 죄의 이득액을 따로 계산합니다.
  •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례를 참조했습니다.

  • 이득액의 의미: 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43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8 판결,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 포괄일죄의 요건: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3도6738 판결,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도3929 판결

결론적으로, 정부출연금 횡령 사건에서 여러 건의 과제에 대한 횡령이 있었다면, 각 과제의 성격과 위탁관계 등을 꼼꼼히 살펴 포괄일죄인지 경합범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부출연금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죄로 묶어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 판례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각 과제별로 투명하고 정확한 자금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죠.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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