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부도가 속출하던 시절,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종합금융회사들이 이러한 CP를 매출하면서 정부 지침을 어기고 보증을 서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오늘은 종합금융회사 이사의 무담보 기업어음 보증매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룬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항도종합금융은 당시 재정경제원장관이 정한 종합금융회사업무운용지침 제11조 제1항 (무담보 기업어음 매출 시 보증 금지)을 어기고 여러 차례 무담보 기업어음을 보증매출했습니다. 결국 CP 발행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항도종합금융은 큰 손해를 입고 파산하게 되었고, 파산관재인은 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사들의 행위가 상법 제399조 제1항(이사의 법령 위반 및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 모두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즉,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사들이 지침을 어기고 보증을 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를 두고 상법 제399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이나 '임무 해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과 금융 거래 관행을 고려하여 이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은 사례입니다. 법령이나 지침을 위반했다고 해서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당시 상황과 거래 관행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참조조문:
민사판례
종합금융회사가 기업어음(CP)을 판매하면서 사실상 보증을 섰고, 만기 연장을 위해 어음을 새로 발행해도 보증은 유효하며, 관련 규정 위반도 보증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
민사판례
종합금융회사가 어음보관통장에 "CP 원리금 지급 보증" 문구를 넣고 대표이사 직인을 찍어준 경우, 실제로 지급 보증을 한 것으로 인정됨. 또한, 당시 정부 지침 위반으로 보증을 했다 하더라도 보증 효력은 유효함.
민사판례
회사 대표이사가 자기 개인 채무 담보를 위해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 명의 어음을 발행하고 은행에 넘긴 경우, 은행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더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회사는 은행에 어음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
민사판례
단기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발급한 어음보관통장에 기재된 지급보증 문구의 해석 범위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해당 문구가 모든 CP어음에 대한 지급보증을 의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당시 재무부 지침 위반이 보증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민사판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려종합금융회사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무담보어음을 보증 판매하고, 일부 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를 초과했지만, 당시의 특수한 경제 상황과 정부의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이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결.
민사판례
옛 예금자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종합금융회사의 '보증한 어음'은 단순 보증이 아닌, 배서를 통해 담보책임을 지고 매출한 어음만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