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 관련 숙식 제공, 업무상 배임과 별개의 죄인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선거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았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다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이번 판결은 "그렇다"라고 답합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이 행위로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미 이 숙식 제공과 관련하여 업무상 배임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협동조합의 법인카드로 선거인들의 숙식비를 결제하여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였죠.

피고인은 "이미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받았는데, 같은 사건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또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다!"라고 주장하며 면소 판결을 요청했습니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실체 심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핵심은 두 죄의 **'보호법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선거 관련 금지행위)은 공정한 선거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보호하려는 대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죠.

쉽게 설명하면, 법인카드를 함부로 써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업무상 배임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선거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한 것은 선거법 위반입니다. 비록 같은 행위(숙식 제공)에서 비롯되었지만, 보호하려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법원은 두 죄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체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거나, 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각 죄에 대하여 따로 처벌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하나의 형만 선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용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 형법 제37조 (상상적 경합)
• 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배임)
• 형법 제356조 (배임수증죄)
•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선거 관련 금지행위) (현행 제53조 제2항 제1호 참조)
•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37조 제1항 제2호 (벌칙)
•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면소의 판결)

이번 판결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행위라도 보호법익이 다르면 별개의 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