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 "싫다"는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 처벌에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오늘은 지적 장애인이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항거불능'이란 무엇일까요?
과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구 성폭법') 제6조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한 간음·추행을 처벌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항거불능'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단순히 신체적·정신적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합니다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
특히 정신적 장애의 경우, 장애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 상황,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적 장애인의 '항거불능', 판단 기준은?
대법원은 지적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지적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도, 대인관계 특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범행 당시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는지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건에서 피해자는 경도의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았지만, 범행 당시 소극적인 저항을 했고 이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의 사회적 지능·성숙도가 매우 낮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가해자가 교회 장애인 모임 부장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더욱 강력한 보호 필요
이처럼 지적 장애인의 '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외부적인 행동만 볼 것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더욱 강력한 법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형사판례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준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정신장애가 있어야 하고, 가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 지적장애만으로는 부족하며,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 상황, 가해자의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이 판례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적장애 자체뿐 아니라 사회적 지능, 성숙도, 대인관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비장애인의 시각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형사판례
지적 능력이 4~8세 수준인 여성을 간음한 사건에서, 피해 여성의 정신장애로 인해 저항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인정하여 유죄 판결.
형사판례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8조(이하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피해자의 구체적인 정신 상태와 사건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
형사판례
'항거불능'이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또는 어떤 상황 때문에 저항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정신이 없거나 신체적으로 완전히 제압당해서 도저히 반항할 수 없는 상태, 또는 그에 준하는 매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형사판례
신체적 장애의 정도와 범죄자가 그 장애를 인식했는지 여부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대상 성폭력) 혐의 성립에 중요한 요소임을 명시. 장애인의 일상생활 제약 여부를 중심으로 장애를 판단해야 하며, 범죄자의 장애 인식 여부도 필수적 요소.